Dec 23, 2012

[작업기] #13. 소각로 / #14. Dust 2 Dust




Produced by Prima Vista
Lyrics by Jerry.k
Chorus by Soulman
Recorded by R-est at J2 Studio

- 소울컴퍼니의 해체 결정 이후, 사무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창고에 있던 수많은 CD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문제가 되었다. 일반 CD였으면 유통사에 맡겨서 절판될 때까지 판매를 하면 되지만, 저작권법에 의거하여 비매 인지가 붙어있는 CD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가 낸 앨범을 가져갈 만큼 가져가고도 한참이 남았다. 팔 수는 없으니 무료로 뿌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자니 이미 이 CD들을 사신 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리 스스로도 우리가 만든 음악에 대한 가치를 너무 하찮게 여기는 게 아닌가 싶은 슬픔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폐기물 처리장에 맡겨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 사무실의 각종 집기와 장비 등은 소울컴퍼니 소속 뮤지션 및 주변인들이 일정액을 기부하고 가져가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은 그간 밀려있던 제작비를 지급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고도 남은 집기들은 CD와 함께 폐기물 처리장으로 함께 보냈다.
- 마지막으로 사무실의 모든 짐을 정리하던 날이 기억난다. 대부분의 소속뮤지션들이 모였었고, 일종의 진두지휘를 내가 했었는데, 내가 워낙 필요이상으로 완벽하게 해놓고 싶어하는 피곤한 성격이다 보니몸도 마음도 굉장히 지쳤었다. 그날 마지막까지 남아 도와준 건 Prima Vista였다. 나도 온몸이 힘들었지만 Prima Vista를 안양의 집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 다음날 오전에 용달차를 불러 짐을 싣고 폐기물처리장으로 향했다. 인천 쪽이었는데, 가는 동안 트럭 기사님께서는 본인도 LP를 엄청나게 많이 모았었지만 몇 차례 이사하면서 가지고 다니기가 힘들었다면서 다 처분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어린 마이클 잭슨이 부른 ‘Stay’를 좋아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CD를 폐기하러 가는 트럭을, 한 때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셨던 분이 운전하고 계신다는 게,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 폐기물처리장에서는 아주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다. 트럭의 무게를 재고, CD와 짐들을 내리고, 내리는 동안 이런 저런 집기들 중에 쓸만한 것들을 폐기물처리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가져가시기도 하고그리고는 불도저 같은 기계가 내려놓은 짐들을 순식간에 소각로로 밀어 넣는 장면이, 오늘 업로드한 영상이다.
- 이 곡의 코러스를 Soulman형에게 부탁 드렸던 건, 1집에 수록된 숨은 보석이라는 곡의 코러스를 받았던 경험에 의한 것이기도 하고, 내가 생각해 놓았던 분위기를 가장 멋지게 표현해줄 수 있는 분이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도했던 바 이상으로 곡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 이 가사는 폐기물처리장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Prima Vista에게 받아 놓았던 비트를 틀고 한번에 써 내려간 것이다. 그만큼 강렬한 경험이었다. 자세한 심경은 가사에 모두 밝혀 놓았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2 comments:

  1. 동영상을 재생하고, 소울 컴퍼니의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써 마음이 아파서 더 이상은 못보겠더군요. 팬의 마음이 이런데 뮤지션은 얼마나 더 아팠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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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슬프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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