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6, 2012

[작업기] #17. Martini Talk

(듣기 ; http://jerrykmusic.blogspot.kr/2012/11/links-true-self.html)

Produced by Jerry.k
Lyrics by Jerry.k
Vocal composed, arranged and performed by Jerry.k
Recorded by Jerry.k at daze alive studio

- 이 곡의 비트는 “TRUE SELF” 수록곡 중 유일하게 내가 만든 비트이다. Loquence“Crucial Moment”나 내 1마왕에는 내가 프로듀스한 곡들이 각각 4곡씩 수록되어 있었다. 믹스테입에도 한두 곡씩은 내 비트가 들어있었고. 하지만 그건 내가 한참 비트 만들기에 재미가 들렸었던 2004~8년 사이에 열심히 만들어 놓았던 곡들이었고, 그 뒤로는 거의 비트를 만들지 않았다. 이유는, 나는 회사를 다니는 사이 많이 뒤쳐져 있었고, 랩만 죽어라 해도 남들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늘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어야 심신이 안정되는 (즉 반대로 팽팽 놀고만 있으면 불안해지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보니, 종종 랩은 하고 싶지 않지만 놀자니 불안한 상황에서 그저 끄적끄적, 스케치 수준의 비트를 만드는 일은 좋은 심리안정 감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 이 비트를 만들었던 날도, 랩은 하고 싶지 않지만 뭔가 만들어내고 싶은 그런 무드였다. 나는 의도되지 않은 이펙트를 걸어서 전혀 뜻밖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걸 즐기는데, EP 계열의 악기를 로드하여 대략적인 코드 진행을 녹음하고, (아마 기타에 거는) 이펙트를 장난 삼아 걸어보는 순간 이 곡의 토대가 나왔고, 쉽게 비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 내가 편곡에 관여한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스케일이 크고 극적인 느낌의 진행을 해보고 싶어서 이질감이 큰 드럼 루프나 스트링 등을 활용하였고, 믹스도 직접 해봤다. 정규작에서는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 가사를 쓸 때의 제목은 무얼 찾아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런 제목으로는 곡의 무드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다. 늦은 밤 바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며, 삶의 무게에 짓눌린 고통이 다 보이지만 티 내려고 하지 않는, 그런 자존심 강한 여자에게 말을 거는 컨셉이었기에 술과 이야기가 포인트가 되어야 했다. 참고로 나는 마티니를 즐겨 마시진 않는다.

- 이 가사를 처음 쓸 때부터 이 곡은 마지막 트랙으로 하고 싶었다. 앨범 내내 매우 타이트하게 다그치는 메시지들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끝에선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 ‘I can see the most beautiful girl in your life’: 술을 한잔 하고, 조금은 흐트러진 눈빛에선, 아무리 감추려 해도 지금 느끼는 가장 강한 감정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 곡에선 삶의 괴로움이 그 감정일 것이고, 그건 매우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고통마저 느끼지 못할 만큼 끌려 다니는 삶이 얼마나 많은가.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고집을 던져버리는 삶도 얼마나 많은가. 벗어나려고 고민하고 고뇌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 직장인들은, 퇴근길에 창 밖을 보며 이 곡을 들어보길 권한다. 조금 울컥해지면서 내가 아직 그렇게 차가워지진 않았구나생각할 수 있으면, 그걸로 이 곡의 목적은 달성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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